'헬로키티' 인기의 비밀

'헬로키티' 인기의 비밀
 
젊은 엄마와 어린 딸 등 세대를 뛰어넘어 전 세계인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고양이 ‘헬로키티’가 서른다섯 번째 생일을 맞았다. 지금까지 선보인 헬로키티 관련 캐릭터 상품은 문구, 과자, 의류, 귀금속 등 약 5만여 종. 아이부터 어른까지 특히 여성들에게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에는 매장 한 곳에서만 하루 35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다. 헬로키티의 3대 디자이너인 야마구치 유코는 톡톡 튀는 말투와 귀여운 양갈래 머리의 소유자. 그녀는 원래 상품개발부에서 일했는데 제출한 시안이 채택되면서 본격적으로 헬로키티 디자인에 투입됐다. 당시 그녀가 선보였던 디자인은 그 전까지 발표된 헬로키티와는 차별화된 획기적인 패턴이라는 호평을 받았다고. “헬로키티가 집에 막 배달되어온 그랜드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그렸어요. 헬로키티가 조심스럽게 손가락 하나로 건반을 두드리고, 부모님은 미소를 짓고 있고, 동생은 부러운 듯이 바라보는 장면이죠. 그림 한 장을 보더라도 사람들은 숨겨진 이야기를 좋아하잖아요.” 그렇게 헬로키티와 함께한 세월이 벌써 29년째다.
 
사실 헬로키티만큼 트렌드에 민감하게 발맞춰온 캐릭터도 드물다. 1980년부터 시작된 과감한 변화의 중심에는 항상 그녀가 있었다. 초창기 헬로키티는 지금과 같은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고. 몸이 얼굴에 비해 작아서 세련된 디자인하고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1982년에는 윤곽선을 없애고, 눈도 조금 아래로 내려 두 팔에 안긴 테디베어를 바라보는 디자인을 적용했다. 명품 브랜드 지갑이 유행했던 1996년에는 펄이 들어간 핑크색 퀼팅 소재를 사용한 헬로키티 백과 파우치를 출시해 그때까지 10대 소녀 중심이었던 헬로키티 팬의 연령층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 헬로키티의 무표정은 사람들의 감정을 투영하는 거울
그녀가 생각하는 헬로키티의 인기 비결 역시 ‘능동적인 변화’. “아기 고양이가 모티브였지만 동물 캐릭터로만 머물렀다면 오늘처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 못했을 거예요. 지금도 디자인할 때마다 주문을 외워요. 내가 그리는 건 단순한 고양이 한 마리가 아니라 나처럼 말하고, 먹고, 자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요.” 그녀의 진심이 통해서일까?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 중에도 헬로키티를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가 아니라 ‘친구’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이번에 그녀가 사인회를 가진 <인사이드 키티>展 역시 헬로키티의 친구를 자처하는 젊은 아티스트들이 자발적으로 기획하고, 참여한 행사였다.
그녀 역시 헬로키티와 30년간 동고동락을 함께해온 친구.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고,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땐 위로를 받는다. 반면에 헬로키티가 입이 없고, 표정이 없어 이를 무섭게 여기는 사람도 있다고 전하자 그녀는 곧바로 이렇게 대답했다. “무표정한 헬로키티에는 캐릭터를 보는 사람의 감정이 그대로 반영돼요. 무표정을 읽는 방법은 그때그때 달라지거든요. 웃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행복하고, 그 반대라면 분명 뭔가 괴롭거나 마음이 편치 않을 거예요. 헬로키티가 그렇게 ‘내 마음을 잘 읽어주는 존재’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게 아닐까요?”
 
Plus Info.
야마구치 유코의 ‘나의 헬로키티 이야기’
디어 다니엘 “왜 헬로키티한테는 남자친구가 없나요?” 빗발치는 팬들의 성화에 1999년 선보인 헬로키티의 남자친구. 런던에서 태어나 카메라맨인 아빠의 직업 때문에 세계 각지를 돌다가 헬로키티가 있는 뉴욕에 도착했다는 스토리와 함께 등장했다.
챠미키티 2003년 일본에서 한창 애완동물 붐이 불었을 때 탄생한 캐릭터. ‘고양이인 헬로키티가 애완동물로 새끼 고양이를 키우면 어떨까?’라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탄생한 새끼 고양이다.
 
진행 한보미 기자
사진 박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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